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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결국 사람
작성자 : 관리자(liink@liink.co.kr)  작성일 : 20.10.16   조회수 :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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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 퍼실리테이션 강의 중, DISC 행동유형 이론에 대한 언급이 길어졌던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려 합니다.  


주로 이공계 석/박사들로 이루어진 K사 연구소의 교육 기획 담당자는 "분석적인 고학력 참석자들이라 교육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걱정을 앞세웠습니다. 사람의 행동유형 이론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석적"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올 것입니다. 정확한 근거(자료) 없이는 작은 것 하나 웬만해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일과 개인 삶의 균형보다는 일 중심의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의 대기업에는 몇몇 특정 부서를 제외하면 분석형이나 저돌적인 주도형들이 많습니다. 특히 분석형들은 대체로 타인이나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무디고 만사를 정량적 논리와 근거로 이해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이 고정관념을 깨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돕는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터였습니다.


참석자의 창의력과 잠재력의 발현을 촉진해주는 퍼실리테이션은 머리 못지 않게 가슴으로 이해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보이는 마음의 변화, 한 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 아메바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을 납득할 수 있어야 진정한 촉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이니, 원더링 플립차트니 하는 회의 기법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교육 첫날, 예상대로 몇몇 참석자들이 다소 꼿꼿하고 냉소적인 표정을 보였습니다. 반면 몇몇 참석자로부터 "공감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기대사항이 나왔는데, 이는 가슴보다 머리가 발달한 누군가가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틀 교육과정 동안 그 기대사항을 놓치지 않고 각 모듈마다 어떻게 공감하고 마음으로부터 참여욕구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참석자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부장님이었는데요. 대부분이 30대 중심의 젊은 분들이었기 때문에 이 두 분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의 DISC 유형은 깐깐하면서도 저돌적인, 웬만해서 제어할 수 없는 DC형이었는데, 결국 조직을 이끌고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논리와 명령이 아니라는 것을 뼈아픈 경험으로부터 배운 후, 용기를 내어 젊은 후배들 사이에서 낯선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수강하기로 결심하고 자발적으로 입과한 것이었습니다. 


"저 두 분이 제 발로 이 방에 들어왔을 때는 분명히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저의 말에, 과거에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렸을 것 같은" 한 분은 눈시울을 적시었고, 후배 참석자들도 새삼 숙연해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두 분은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과정에 참여했고 마지막엔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 스킬 이전에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는 진심 어린 소감을 발표해주었습니다. 


자동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로 인간의 행동패턴과 숨겨진 심리를 분석하고 그것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에게 빅데이터에 기반한 심리분석 역량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데이터가 없어도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참석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대처할 수 있는 암묵지가 필요합니다. 


아주대학교 인지심리학 김경일 교수가 한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미국의 수도가 어디인지 아세요?" 

청중들의 답변이 금방 나옵니다. "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기니비소의 수도가 어디인지 아세요?"

역시 청중들의 답변이 금방 나옵니다. "아니요~"


그리고 설명을 덧붙입니다. 컴퓨터라면 '아니요'라는 답변을 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싹 점검(scan)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렇게 빨리 직관적으로 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컴퓨터와 사람의 차이입니다. 0과 1로 '계산'을 해야하는 컴퓨터와 종합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그룹 의사소통을 더 잘 돕고 싶으신가요? 논리력은 문제가 없는데 사람의 마음, 행동 경향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면, 매우 분석적이고 사람보다는 일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한 분이라면, 우선 책과 강연을 통해 학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부딛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발로 즉, 행하면서 익히시기 바랍니다. 컴퓨터의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방식으로 익히시기 바랍니다. 결국 회사의 일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은 잘 아는데 논리력이 부족하다면 이제부터 머리를 쓰셔야 합니다. "시스템 사고"가 되어야 합니다. 논리력 없이 그룹이 겪는 어려움을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격언으로 글을 맺습니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 아르망 트루소(물리학자),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출판)에서 재인용 -



주현희

링크컨설팅 대표

국제공인 퍼실리테이터 CPF of IAF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홍보위원장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터 퍼실리테이터'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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